V단간론파 5챕터 절망은 퍼져가는 역병 (비)일상편 1화
[미야나리 마이카] ……
드르륵, 무거운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간다. 그 누구도 나를 환영해주지 않는다. 사방에서 꽂히는 차가운 경멸의 시선들. 하지만 내게는 이미 일상이 되어버린 감각이다. 몇 개월 동안 이 숨 막히는 침묵과 멸시를 견디다 보니, 이제는 무감각해지기 시작했다.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려도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단상 위에 선 선생님마저 철저히 나를 유령 취급하며 무시한다. 내가 교실 안에서 어떤 이탈 행동을 벌여도 방관할 뿐이다. 그래, 비난받아 마땅하다. 나를 향한 이 모든 방조와 거부는 당연한 처사다. 왜냐하면 난… 지울 수 없는 죄를 지은 살인자니까.
[미야나리 마이카] ……
그렇게 고대하던 졸업을 맞이했다. 하지만 부모님을 제외하고는 내 곁에 아무도 없었고, 축하의 말 한마디 건네는 이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하자면 오로지 엄마만이 나를 안아주며 축하해줬다. 아빠는 그 끔찍한 사건 이후로 나라는 존재를 철저히 지워버린 듯 외면했다. 세상의 전부여야 할 가족에게까지 거부당하고 외면받는다는 것. 그것은 가슴을 칼로 도려내는 것처럼 아팠다. 아니, 아팠다는 나약한 말 따위로는 그 지옥 같은 절망을 설명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도, 정말 아주 작은 버팀목이라도 되어주는 엄마가 내 곁에 숨 쉬고 있었기에 괜찮았다. 그 온기 덕분에 나는 간신히, 정말 기적처럼 버틸 수 있었다.
[미야나리 마이카] ……
엄마가 죽었다. 사인은 경추 압박에 의한… 스스로 목을 맨 자살이다. 버티지 못한 것이다. 세상의 그 잔혹한 인식을 견뎌낼 힘이 없었던 것이다. 자신의 딸이 추악한 살인자라는 그 낙인을. 살인자 딸을 감싸안는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그리고 그런 아내와 자식을 짐승 보듯 경멸하던 아빠의 증오 섞인 시선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엄마가 차가운 시신이 되어 떠난 후, 아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을 나갔다. 살인마와 굳이 한 지붕 아래에서 같이 지낼 이유가 이제는 완벽히 사라졌기 때문이겠지. 이 넓은 집에 이제는 나 혼자뿐이다. 숨 막히도록 넓기만 한 공간 안에는 그 어떤 온기도, 흔적도 채워져 있지 않았다. 텅 비어 있다. 그저 지옥 같은 침묵만이 가득할 뿐, 내게는 이제 아무것도 없다.
[미야나리 마이카] ……
원망하고 또 원망했다. 내 삶을 통째로 나락으로 처박은 그 애를. 난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난 죽이지 않았는데 세상은 나를 살인자로 만들었다. 억울했다. 뼈마디가 시릴 만큼 억울해서 미칠 것만 같았다. 그렇게 암흑 속에서 며칠을 소리 내어 울었을까. 물 한 모금 넘기지 못한 채 서서히 말라갔다. 이대로 심장이 멈춰 죽는 건 아닐까 생각했지만 두렵지 않았다. 차라리 이 지옥 같은 삶이 끝난다면 미련 없이 환영할 뿐이었다. 마침내 눈물마저 완전히 말라붙어 서걱거리는 소리만 남았을 때, 시체처럼 누워 있던 침대에서 가까스로 몸을 일으켰다. 그 순간,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작은 쪽지였다.
[미야나리 마이카] ……
쪽지를 읽는다. 쪽지를 덮는다. 거울을 바라본다. 최악이다. 얼굴이 사정없이 구겨져 있다. 끊임없이 흘린 눈물 때문에 눈은 퉁퉁 부었으며, 며칠째 아무것도 먹지 못해 몸은 완전히 쇠약해져 있다. 씻지 못한 머리는 떡지고 푸석해져, 거울 속에는 그저 흉하게 망가진 한 마리 짐승 같은 몰골만이 남았다. 표정마저 딱딱하게 굳어버린 얼굴. 천천히 손을 움직여 손가락 하나를 볼에 가져다 댄다. 억지로 입꼬리를 밀어 올린다.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웠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니 지옥 같던 마음이 그나마 아주 조금은 나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미야나리 마이카] …… 하하…
쉬어버린 목으로 겨우 목소리를 낸다. 아니, 숨결조차 가쁜 호흡을 내뱉는다. 이내 웃었다. 멈출 수 없이 웃어버렸다. 이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 결코 미쳐서 웃는 것이 아니다. 마음 깊숙한 밑바닥에서 솟구치는 진짜 웃음이다. 난 웃어야 했다. 기필코 그래야만 했다. 도저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난… 그래야 이 잔혹한 지옥에서 살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 친구는 나에게 그것만을 남겼으니깐
--------------------------------------------------------------------------------
24일차 아침
딩,동,댕,동~~!
[모노쿠마] 너희들 안녕하십니까! 아침입니다, 7시입니다! 기상시간입니다~
[모노쿠마] 자 그럼 오늘도 힘차게 생활합시다~~!
눈을 뜬다 일어나서 주변을 둘러보니 기숙사다 분명 마지막 기억은 학급재판이였는데 그때 히로타카가…
[미야나리 마이카] 윽!!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온다. 그때 분명 히로타카는 날 차가운 눈빛으로 검정이라 단정 짓고 몰아세웠다. 거세게 반박하고 싶었지만, 내 손에는 내 결백을 입증할 그 어떤 증거조차 쥐어져 있지 않았다. 그래서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꼼짝없이 범인으로 몰려 비참하게 죽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지금, 기적처럼 나는 살아있다. 살아남았다.
[미야나리 마이카] 재판을… 무사히 넘긴건가?
[스나오시 켄고] 그래 내 덕분이지
[미야나리 마이카] 아… 그렇구… 흐아아악?! 뭐야? 켄고… 너가 왜 여기에?
[스나오시 켄고] 이럴 줄 알았어
켄고가 손에 들고있던 물컵을 책상에 올려놓는다 그리고 언제있었는지 모를 침대 옆 의자에 앉는다
[스나오시 켄고] … 정신이 드냐?
[미야나리 마이카] 아… 응
[스나오시 켄고] 그래 다행이네
[미야나리 마이카] … 나 기절한거지? 저번처럼
[스나오시 켄고] 그래 맞아
[미야나리 마이카] 그럼 어떻게 됬는지 설명해줄 수 있을까?
[스나오시 켄고] ……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사건의 검정은 츠카야마 미카루야
[미야나리 마이카] 미카루가?!
[스나오시 켄고] 정확히 말하면 이용당한거야 츠카야마 히로타카한테
[미야나리 마이카] 어… 이해가 안 가는데…
[스나오시 켄고] 하아…
켄고의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 내 머릿속은 지독한 혼란으로 가득 찼다. 내가 알고 있던 정보와 그 두 사람의 실체는 너무나도 괴리가 컸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모순 투성이였지만, 이미 벌어진 참혹한 현실 앞에 나는 그저 억지로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미야나리 마이카] ……
[스나오시 켄고] 나도 이해가 가지는 않는다만 뭐 이미 일어난 일이니 받아들여야지
[미야나리 마이카] 그럼 히로타카는…
[스나오시 켄고] 기숙사에 있고 두명이서 방을 감시중이야
[스나오시 켄고] 요주의 인물이니깐 당연하거겠지
[미야나리 마이카] …… 이번 재판은 그럼…
[스나오시 켄고] 내가 해결했지 그 멍청이들 가지고는 안될 것 같아서 말이지 나라고 죽고싶은 줄 아나
[미야나리 마이카] … 미카루는 죽었겠지 그것도 처형으로
[스나오시 켄고] 당연하거지
[미야나리 마이카] … 켄고는 왜 여기 있는거야?
[스나오시 켄고] 네 몸상태를 생각해라 제대로 걷지도 못하던 놈이 습격받고 기절까지 했는데 몸이 정상이겠냐?
[미야나리 마이카] 아…
[스나오시 켄고] 그나마 의학적 지식이 있는 나랑 이케나미 치카요가 널 간병하고 있던거야
[미야나리 마이카] 아! 그럼 나 언제까지 기절했있었어?
[스나오시 켄고] 이틀
[미야나리 마이카] 그럼… E동이 이미 열렸겠네
[스나오시 켄고] 그래 이미 열렸고 모두 조사했지 너만 빼고
[미야나리 마이카] … 나도 조사하러 갈래
[스나오시 켄고] … 너 다리에 힘 줘봐
켄고의 말대로 다리에 온 신경을 집중해 힘을 준다 하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분명히 내 눈에는 멀쩡히 붙어 있는 내 다리가 보였다 하지만 내 마음대로 통제가 되지 않았다 마치 남의 몸뚱이를 억지로 움직이게 하려는 것처럼 당연했던 감각이 너무나 이질적이고 어려워졌다 아니 완벽히 불가능해졌다
[미야나리 마이카] 어… 어라…?
[스나오시 켄고] 이미 다리가 정상이 아니였는데 정신적 충격에 기절까지 하니 다리가 정상으로 움직일리가
켄고가 밖에서 무언가를 가지고 온다 휠체어다
[스나오시 켄고] 조사하고싶으면 타 아니면 그냥 여기 있고
[미야나리 마이카] 어…
[스나오시 켄고] 무리해서 하지 말고 할 수 없을 것 같으면 하지 마
[미야나리 마이카] … 아니 조사할거야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발버둥을 쳐보지만 몸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당연하다. 오랫동안 마비된 것처럼 굳어버린 다리에 제대로 힘이 들어갈 리 없으니까. 그렇게 꼴사납게 낑낑거리며 어떻게든 침대 밖으로 벗어나려 애쓰고 있을 때, 가만히 서 있던 켄고가 묵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이내 내 침대 곁으로 다가와, 가녀린 내 몸을 가볍게 품에 안아 들어 올린다.
[미야나리 마이카] 으아앗?!
[스나오시 켄고] 야 너 왜 이렇게 무겁냐?
[미야나리 마이카] 머… 뭐래?! 그리고 나 그렇게 안 무겁거든?
[스나오시 켄고] 하아…
켄고가 나를 들어올린 후 휠체어 앉힌다 휠체어를 보거나 밀어준 적은 있지만 휠체어를 직접 타본적은 처음이다 뭔가 어색하고 이상한 느낌이 든다
[스나오시 켄고] ……
[미야나리 마이카] 아 고마워 켄고…
[스나오시 켄고] 조사하고 잠시 얘기 좀 하자
[미야나리 마이카] 어? 무슨 얘기?
[스나오시 켄고] 뻔하잖아? …… 예전 그 일이지
[미야나리 마이카] …… 알겠어
켄고가 휠체어를 끌기 시작한다 당연히 계단으로 갈 수 없기에 유리다리를 이동한다 B동을 넘어가고 C동 D동을 넘어가자 E동 3층에 도착했다
'V단간론파 1 > 챕터5' 카테고리의 다른 글
| V단간론파 5챕터 절망은 퍼져가는 역병 비일상편 6화 (0) | 2026.08.24 |
|---|---|
| V단간론파 5챕터 절망은 퍼져가는 역병 (비)일상편 5화 (1) | 2026.08.19 |
| V단간론파 5챕터 절망은 퍼져가는 역병 (비)일상편 4화 (1) | 2026.08.08 |
| V단간론파 5챕터 절망은 퍼져가는 역병 (비)일상편 3화 (1) | 2026.07.26 |
| V단간론파 5챕터 절망은 퍼져가는 역병 (비)일상편 2화 (0) | 2026.07.22 |